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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잔치다. 지난 10월 8일부터 9일간 열린 14번째 잔칫상에는 70개국 355편의 맛깔 나는 영화가 올라왔다. 영화제가 시작되면 부산은 잔칫집이 된다. 올해는 17만 명이 넘는 사람이 축제 현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작고 권위 있는 영화제를 꿈꾸며 시작된 축제는 미국 타임지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꼽힐 만큼 이름난 잔치가 됐다. 1996년 남포동 극장가에서만 이뤄지던 영화제는 커진 규모를 반영하듯 해운대 PIFF 빌리지까지 무대가 확장됐다. 올해는 해운대 4개 극장, 남포동 2개 극장 총 36개 관에서 다채롭게 차려진 영화들이 관객을 만났다. 영화제의 중심이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차츰 옮겨가는 분위기이지만 P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이 있는 남포동 ‘스타의 거리’는 여전히 잔치의 흥을 돋우는 메인 요리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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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거리, 주인공은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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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를 넘긴 남포동. 유흥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또 다른 무리가 몰려온다. 한 손에는 돗자리와 담요가, 또 다른 손엔 음료수며 먹을거리가 들렸다. 극장 앞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광경, 노숙이라 보기엔 너무 즐겁다. 조심스레 다가가 대화를 엿듣는다. “이번에 꼭 보려던 영화인데 인터넷 예매 20분 만에 매진돼버렸잖아.” “내일 매표소 열리자마자 1등으로 사야지, 뭐” 영화제 기간 동안 300편이 넘는 영화가 상영되지만 기대작들의 인터넷 예매 경쟁은 치열하다. 현장 구매할 수 있는 표는 30% 남짓.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마니아는 노숙을 무릅쓰고 남포동 극장가 임시매표소 앞에서 밤을 지새운다.

 

PIFF 광장은 남포동 4개 영화관이 몰려 있는 중심가에 자리 잡았다. 원형무대와 광장 바닥에 찍힌 세계 영화계 거장들의 손도장은 스타의 거리를 실감케 한다. 식당과 쇼핑센터가 밀집돼 있어 낮과 밤 모두 인파가 몰리는 거리에는 곳곳에 영화 포스터로 만든 조형물이 수놓아졌다. 영화제가 열리면 배우와 감독들은 어김없이 PIFF 광장을 찾아 관객을 만났다. 좁은 거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 아찔한 순간이 거듭되면서 주요 야외 행사는 해운대 쪽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올해도 갓 나온 영화를 들고 스타급 배우와 감독이 남포동을 찾았다. 무대에서는 각종 퍼포먼스와 행사가 열려 축제 열기를 더한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나들이를 온 사람도 곧 영화의 잔치에 스며든다. 스타의 거리는 관객의 거리로 시끌벅적하게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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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삶’ 남포동 극장가 80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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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PIFF 광장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형성된 거리는 이제 ‘영화+쇼핑+유흥’이 어우러진 복합놀이 공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남포동의 80여 년 역사는 광복동까지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길만큼이나 구구절절한 사연을 품고 있다. 광복동과 남포동은 1900년대 초만 해도 개펄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도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1905년부터 30여 년간 남항 쪽을 메워 새로운 길과 동네를 만들어 냈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던 곳에서 조국 광복을 기린다는 의미로 마을 이름은 ‘광복동’이 됐다. 남포동은 일제강점기에는 남빈정으로 불리다가 해방 이후 영도의 남항동과 구별하여 ‘남포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남포동 극장가의 시작은 무려 8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소화관, 34년 부산극장이 개관했고 57년 제일극장, 61년 동명극장, 69년 부영극장과 국도극장 등이 생기면서 차례로 영화의 거리를 채워나갔다. 6.25전쟁 중 임시수도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됐었던 부산극장 앞은 전쟁 통에 밀려온 피란민들의 연락처가 오가던 곳이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남포동이 민주화 시위의 근거지 역할을 감당했다. 부산 길은 대체로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져 동래~서면~부산진~남포동에 이르는 외길을 형성한다. 시위대가 남포동 대로를 점령하면 서면까지 길이 막혀 대부분의 시민들이 시위가 있는 것을 알 정도였다고 한다. 광복동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게릴라 시위’에 적합해 시위대는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경찰을 따돌렸다.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남포동의 거리는 부산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물 위의 거리, 땅 속의 상가, 바다 옆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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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년 역사를 가진 남포동 극장가의 위상은 이제 부산 곳곳에 생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많은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물 위에 생겨난 남포동 거리의 색다른 즐거움은 지하로는 코오롱쇼핑상가, 바다로는 자갈치시장으로 길게 이어진다. 1988년 부산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생겨난 지하상가는 남포동역에서 중앙동역까지 롯데 1번가 지하상가와 연결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의 슬로건으로 유명한 자갈치시장은 남포동 PIFF 광장과 마주 보는 곳에 위치해있다. 자갈치시장의 원래 자리는 충무동 쪽 보수천 하구였는데 그곳에 자갈이 많아 이름으로 붙여졌다. 해방 후 상인조합이 결성됐고 6.25때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노점상이 번창해 오늘날 시장의 골격을 갖췄다. 허름한 좌판 앞에서 몸빼바지와 앞치마 차림으로 억척스럽게 손님을 부르는 '아지매' 풍경은 약해졌지만 자갈치시장은 여전히 부산의 상징 중 하나다.

 

남포동 PIFF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영화’ 이외의 볼거리가 풍성하다. 대마도오륙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용두산공원이 지척이고,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부산의 근현대사를 조명한다. 서울의 남대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국제시장과 지나는 배를 위해 허리를 들어 올리던 영도다리도 부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다. 항구를 안고 있어 1800년대 후반부터 자본과 권력이 모여들던 남포동 일대는 쇠락과 번영을 거듭하면서 영화와 문화의 거리로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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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엔 조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