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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시래.김창규.염태정.이승녕.문병주] 장보고의 전성기인 834년. 흥덕왕은 교서를 내려 ‘남해박래품’의 사용을 금지시킨다. 남쪽바다를 건너온 사치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치를 내린 것이다.

"목도리(재료)에는 금은실(金銀絲), 공작꼬리(爵尾), 비취털(翡翠毛) 사용을 금했다. 빗(梳)은 슬슬전(瑟瑟鈿)을 금했다. 수레 재목은 자단(紫檀), 침향(沈香)을 금했다.”(삼국사기 권 제33)

비취털은 동남아산인 비취새의 털로 매우 귀하고 사치스러웠다. 빗은 신라시대 귀족 여인들이 뒷머리에 꼽는 장식으로 슬슬전은 타슈켄트산의 에메랄드로 장식한 것을 말한다. 자단은 자바·수마트라 등에서 산출되는 나무로 향기롭고 견고하며 색이 아름다워 건축 및 가구재로 쓰였다. 또 침향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견고한 나무다. 당시 신라 귀족들 사이에는 이처럼 해외에서 수입한 에메랄드, 유향, 공작꼬리 등으로 만든 사치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흥덕왕이 신기하고 비싼 외국 물품을 좋아하는 사회 풍토를 비판해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당시 신라가 당으로 수출한 품목은 금속공예품, 금·은·동 제품, 견직물, 약제, 모피, 피혁 등이었다. 수입품은 여러 가지 공예품, 견직물, 차, 서화, 칠기 및 이슬람과 동남아 지역의 물건들이었다.

숭실대 김문경 명예교수는 “왕이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사치품이 범람한 것은 달리 보면 그 당시 해외 무역이 활발했다는 증거”라며 “대부분은 장보고 선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보고는 청해진을 설치한 뒤에 ‘대당매물사’라는 이름 아래 무역선단을 당으로 보내 교역활동을 했다. 당시 양저우와 닝보를 비롯한 중국 남부에 아라비아 상인이 자주 왔던 만큼 이들과도 교역하며 희귀품을 수입해 신라와 일본에 판매했다.


목포대 강봉룡(역사학) 교수는 “일본에서도 수입 사치품 범람을 우려해 장보고 선단의 물품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흥덕왕의 이 같은 금지령은 평민까지 사치품을 쓰는 풍토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금지령에는 진골, 6두품 등 신분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제한하고 있다. 당시 무너져 가는 통일신라의 신분제를 바로 세우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 팀장=김시래 산업경제데스크 ▶취재=김문경 숭실대(역사학) 명예교수, 천인봉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창규·염태정·이승녕·문병주·강병철 기자 ▶사진=안성식·오종택·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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